어머니의 귀거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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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리유황오리 댓글 0건 조회 2,380회 작성일 21-04-04 05:03본문
몇 달 만에 찾아온 고향 집이다
모진 가뭄에도 불구하고 모과가 많이 달렸다.
주인이야 바뀌든 말든 나무는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 있다.
나무에 눈길을 주는 사람이 분명히 다르고 나무 아래를 지나치던 발자국도 다를 텐데
어머니를 훼체어에 태우고 이제는 남의 집이 된 문밖에서 쭈벅거린다
마당에 심은 푸성귀와 양철 지붕 위로 삐죽 올라온 감나무 한곳에 머물러 있는 절구통도 그대로다
어제와 그제의 햇살이 다르고 오늘과 어제의 햇살이 다르다.
여태 이 집에서의 시간은 저마다 달랐을 텐데 다른 살람에게 집을 팔고
처음 바라본 집은 다른 시간과 햇살 속에 머물러 있는것 같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집만큼은 그 시공 속에 머물기를 소망해서일 터이다.
시집오는 날 문틈으로 아버지를 처음 보았다는 어머니 자식 여섯을 낳고 키운 집이다
초가에서 슬레이트 기와를 거쳐 양철지붕으로 바뀌기까지 60년이 흘렀다
땅를 일궈 농사지으며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다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산 지 20여 년 어머니가 어렸을 적 살았던 집은 기억속에서 사리지고
집에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는 집은 60여 년 동안 남편과 자식들과 부대끼면 살아온 모과나무집이다
어머니는 대지랭이 집에서 넘어지셧다 뼈가 부러진 건 아닌데 못 걸으셔서
입원한 뒤로 정말 며칠만 병원 신세 지면 갈 줄 알앗던 집으로 육 년째 못가고 있다
가지 치듯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병명에 이제 지칠 듯고 한데
나 집에갈래 어머니의 귀거래사는 날마다 진행형이다
긴 요양병원 생활로 건강이 더 나빠져 종합병원에 입원햇을 때
다 살이 빠져 수척해진 얼굴로 짐들었던 어머니가 인기척에 깨셧다
아이고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 왓어요
난 애써 웃으며 엄마 양전히 계시면 어디 계신지 다 알고 내가 이렇게 오지
어머니는 기쁜 표정 지으며 차 가지고 오셨어요
나 대지랭이 가야 하는데 나 좀 태워다 줘요
오늘은 바빠서 갈 수가 없다고 하자
시무룩한 표정를 짓던 어머니는 마침 병실에 들어 온 간호사에게 차 있어요
나 좀 태워다 줘요 하신다
정신이 들엇을 때는 자식들 걱정할까 봐 아무 말씀을 안 해도
과거 속의 당신 세상에 가 있을 때는 집에 데려다 달라면 보채신다
삶의 편한들을 잊은 상태인데도 왜 집에 간다고 늘 말씀하실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본능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가
무의식 속에 나오는 것이 아닐까
늙는다는 것은 슬프고 괴로운 일이다 어머니에게도 소녀시절이 있고
자식들 먹여 살리다 억척같이 살았을 젊은 날이 분명 있을텐데
8인 병실에서 집에 간다고 보채는 모습이 안타깝고 서글프다
원하든 원치 않던 어머니의 시간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 또한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가끔 요양병원을 찾아가면 병원 밥이 나올 때 같이 먹자는 것과
맛잇는 거 사드시라고 서랍에 넣어둔 돈 몇푼으로 음식을 시켜
자식입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것이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사랑이다
다리를 시작으로 위로 서서히 굳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것과 외면하고픈 것이 공존한다
보이는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만들어내는 시간 속에서 외면하고 싶어 하는것들이 점점 자기 합리화를 시킨다
어쩌면 그래야 무모를 요양병원에 맡겨운 자식들이 마음의 가책 없이 살 수 잇는 방편일 수고 있다
어느 날은 어머니가 내가 너희 여섯을 키웟는데
너희는 여섯이 나 하나 간수 못해 요양병원에 데려다 놓았냐고 말씀을하셧단 소리를 듣고
한동안 잠을 이루지 한 적이 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속에 나 역시 언제인가 늙고 병들어 어머니처럼 요양병원에서 자식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는데도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느낀다
가을를 향해 달려가는 나무의 그림자가 오늘은 조금 더 기울어 오늘 외출로 어머니의 귀거래사는
몇 달간은 말씀 안 하시겠지 무심한 모과나무 아래서 요양병원으로 휄체어를 돌린다
=먹을갈다 =
모임득 수필집
여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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