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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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리유황오리 댓글 0건 조회 4,172회 작성일 21-03-28 07:15본문
밤새 비바람이 운다
툭 툭 툭 풋감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
세찬 폭우를 견딜 수 있을지 허름한 시골집
걱정보다 생을 마감하는 풋감이 못내 안쓰럽다
기와지붕일 때에는 가지를 떠난 감이 기왓골에 결렸었는데
슬레이트 지붕에서는 또르르 굴러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른 아침 뒤뜰과 연결된 한지 문을 여니 언제 그랬냐는 듯
부지런한 여름햇살이 감나무에 걸쳐있다 땅바닥에는 전날 밤의 고난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 떨어진 풋감으로 가득하다 한번의 낙화로 버림받는 푸르른 생들 떨떠름한 풋내가 빗자루에 실려 온다
풋감을 모아 놓고 보니 잃어버린 내 꿈들이 거기 있다
사람은 저마다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아 자신감 넘치던 이십 대
그래도 노력하면 못 이룰 것 없다고 생각하며 삼십 대를 지나 왔다
사십 대는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쌓아 여유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난 과연 그럴까 ? 이십 대에 바라보았을 때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십이 되어보니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적당히 느슨해진 채 꿈도 사라져 버렸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봄바람이 살랑일 때면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몸 뒤채이고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낙숫물 소리 벗 삼아
차 한 잔 손에 들고 창까에 몸을 기댄다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다 뜬금없이 눌물 흘리는 나를 보고 생긴 대로 살라고 말을 하는 이도 있다
나이가 든 만큼 평펴짐한 몸매에다 언제나 씩씩하게 다니는 내가 감성하고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서일 게다
꼭 쥐고 있던 꼭지를 놓은 풋감의 자리가 환하다.
연노란 감꽃이 피었을 때는 꿈도 많았을 텐데 ...
꽃이 지면서 밀고나온 감은 가을볕에 튼실하게 익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였으리라
높푸른 가을 창공에 거칠 것 없이 뻗은 가지에서 주홍빛 자태를 뽐내고 싶었을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꿈을 놓쳐버린 풋감 밑에 먼저 떨어진 감이 썩어가고 있다
살짝 건드리자 포식을 하고 있던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그 미물들에게 푸르른 꿈이 먹히고 있다
꿈은 못 이루었을지라도 거름이 되고 있는 풋감.
잘 익은 홍시나 감 타래에 말려지는 곶감은 못 되엇어도
굶주린 그 무엇의 양식이 되는 보시의 삶. 풋감 덕에 풋꿈이 꿈틀거린다 .
- 모임득 수필집 "간이역우체통" 중에서 -
툭 툭 툭 풋감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
세찬 폭우를 견딜 수 있을지 허름한 시골집
걱정보다 생을 마감하는 풋감이 못내 안쓰럽다
기와지붕일 때에는 가지를 떠난 감이 기왓골에 결렸었는데
슬레이트 지붕에서는 또르르 굴러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른 아침 뒤뜰과 연결된 한지 문을 여니 언제 그랬냐는 듯
부지런한 여름햇살이 감나무에 걸쳐있다 땅바닥에는 전날 밤의 고난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 떨어진 풋감으로 가득하다 한번의 낙화로 버림받는 푸르른 생들 떨떠름한 풋내가 빗자루에 실려 온다
풋감을 모아 놓고 보니 잃어버린 내 꿈들이 거기 있다
사람은 저마다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아 자신감 넘치던 이십 대
그래도 노력하면 못 이룰 것 없다고 생각하며 삼십 대를 지나 왔다
사십 대는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쌓아 여유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난 과연 그럴까 ? 이십 대에 바라보았을 때는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십이 되어보니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적당히 느슨해진 채 꿈도 사라져 버렸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봄바람이 살랑일 때면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몸 뒤채이고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낙숫물 소리 벗 삼아
차 한 잔 손에 들고 창까에 몸을 기댄다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다 뜬금없이 눌물 흘리는 나를 보고 생긴 대로 살라고 말을 하는 이도 있다
나이가 든 만큼 평펴짐한 몸매에다 언제나 씩씩하게 다니는 내가 감성하고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서일 게다
꼭 쥐고 있던 꼭지를 놓은 풋감의 자리가 환하다.
연노란 감꽃이 피었을 때는 꿈도 많았을 텐데 ...
꽃이 지면서 밀고나온 감은 가을볕에 튼실하게 익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였으리라
높푸른 가을 창공에 거칠 것 없이 뻗은 가지에서 주홍빛 자태를 뽐내고 싶었을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꿈을 놓쳐버린 풋감 밑에 먼저 떨어진 감이 썩어가고 있다
살짝 건드리자 포식을 하고 있던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그 미물들에게 푸르른 꿈이 먹히고 있다
꿈은 못 이루었을지라도 거름이 되고 있는 풋감.
잘 익은 홍시나 감 타래에 말려지는 곶감은 못 되엇어도
굶주린 그 무엇의 양식이 되는 보시의 삶. 풋감 덕에 풋꿈이 꿈틀거린다 .
- 모임득 수필집 "간이역우체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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